파판일지/14

[FF14] 효월6.0엔딩 파판영식■회차엔딩처럼 상상해보기

틈새임프 2022. 6. 1. 00:23

이 글은 파이널판타지14 효월의 종언 메인 스토리 퀘스트의 마지막 장면이 파이널판타지영식의 모 엔딩 장면처럼 이어졌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고 상상하여 써 본 글입니다.

※ 초강력 스포일러 주의! ※ 

파이널 판타지 영식 2회차 엔딩 내용을 고스란히 빼다 박아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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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토벌전 이후 인스턴스 전투 완료 후 영상에서 이어짐)

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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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점차 멀어진다. 지쳐 쓰러진 채 손가락 까딱할 힘도 남지 않은 당신은 눈을 감는다. 

삐-
삐-
삐-

당신은 점차 선명해지는 비프음을 들으며 잠에서 깨어난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온갖 책이며 문서며 샤드며 도구들이며 먼 곳에 있는 맹우로부터 온 편지까지 너저분하게 펼쳐진 책상. 당신은 그 중에서도 알라그 석판 모양을 한 탁상시계를 찾아내 알람 소리를 끈다. 

연구실 책상에서 깜빡 잠이 든 모양이다. 창문에서 햇살이 따사롭게 비쳐드는 것이 해가 이미 중천인가보다. 

상큼하고 활기찬 보컬곡이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 정리를 하려는데 문 너머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정확히 두 사람 분량의 발소리이다. 이윽고 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람들은 당신이 예상한대로 대학 내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쌍둥이들이다.

"조부님께서 급히 보자고 하시네!"
"할아버지께서 찾으셔!"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외친다. 그리고는 '뭐야, 내가 가장 먼저 알려주려고 했거든?', '이런 좋은 소식에 누가 먼저인 게 뭐가 중요하겠어.' 라는 식으로 실랑이가 이어진다. 당신은 그런 일상적인 광경에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몸을 일으켜 복도로 나선다. 

"당신도 지금 가시는 길이십니까. 이번 실험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당신을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위리앙제다. 당신은 평화로운 아침의 샬레이안 풍경을 만끽하며 실험실로 향한다. 밤을 샜는지 퀭한 눈으로 벤치에 앉아 있는 연구원, 기력들도 좋은지 삼삼오오 모여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신입생들, 당신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다른 과 대학원생들. 식당을 지나는데 이다와 파파리모가 앉아 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파파리모가 이다한테 진중하게 한 소리 하고 있는데 이다는 개의치 않고 음식의 맛에만 열중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다 당신의 일행을 발견하자 실험실에 가는 길이냐며 자기들도 다 먹는대로 금방 갈 거라고 한다. 

실험실 문을 열자 이번 연구 동안 지긋지긋하게 보아 왔던 거대한 크리스탈이 당신을 반긴다. 야슈톨라와 그라하, 쿠루루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당신들을 향해 반갑게 미소지어 보인다.

"아직 안 늦었지?"

당신 뒤로 한 사람이 더 뛰어 들어온다. 야슈톨라는 의아해하며 눈썹을 치켜뜬다.

"산크레드? 바빠서 당분간은 못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러기엔 역사적으로 중요한 연구잖아? 결과가 곧 나올 거라는 연락을 받고 어제 저녁에 급히 도착했지."
"린은 어쩌고요?"
"실은, 같이 와 있었어. 원래는 안 오려고 했는데 린이 이번 기회에 꼭 샬레이안에 와 보고 싶다고 하길래..."

산크레드는 멋쩍게 웃으며 대열에 합류한다. 가볍게 서로의 근황을 나누고 있으려니 다시 문이 열린다. 교수 루이수아와 문브뤼다, 이다. 파파리모가 차례로 입장한다. 

"들었겠지만, 이번 성과가 놀라울 정도로 대단해."

문브뤼다가 실험 결과에 관해 브리핑해준다. 루이수아는 인자한 웃음과 함께 이번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드래곤족과의 협업 덕분이라며 이 모든 것은 당신의 성과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졸업 얘기는 따로 없으시다)

알피노는 이젤과 에스티니앙이 서로를 향해 무기를 겨누었을 때는 정말이지 세상이 끝장나는 줄 알았다며 자네가 아니었으면 누가 그 둘을 말렸겠느냐고 말한다. 그러자 루이수아는 그렇다면 이번 연구 결과에 제2의 용시전쟁 발발을 막았다는 문구도 첨언해야겠다고 한다. 일동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데 사람이 덜 모인 것 같다. 당신이 두리번거리자 쿠루루가 그 친구를 찾고 있는 거냐며 다른 급하게 확인할 게 생겨서 그 쪽에 가 있다고 알려준다. 

당신은 실험실을 빠져나와 쿠루루가 알려 준 건물로 가 본다. 민필리아는 심각한 표정으로 방 가운데의 유리 진열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달마스카에서 발견된 거라고 해요. 우리가 알던 크리스탈이랑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면도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어요."

당신은 이제 막 연구 하나를 끝낸 참인데 그러자마자 또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아낸 거냐며 쓴웃음을 짓는다. 

"새로운 모험이야? 나 빼놓고 어디 가기만 해 봐."

등 뒤에서 알리제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 온다.

"역시 우리 1번 조교님이야. 한시도 쉴 틈이 없지."

산크레드가 쓴웃음을 지어 보인다. 

"뒷풀이 겸 오늘 저녁 다함께 회식이라도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어서, 자네의 생각을 물으러 왔네만."
"이렇게 바쁘셔서야, 회식은 다음 성력때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알피노와 야슈톨라는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급할 거 없죠. 회식하면서 이번 연구도 되짚어 보고, 다음 연구 주제의 방향성에 관해서도 이야기 나눠 보면 어떨까요?"

민필리아가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당신은 적어도 밥 먹는 동안에는 일 얘기를 참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날 저녁, 샬레이안 야외 식당 한 켠을 차지한 루이수아와 현인들이 즐겁게 웃고 떠든다. 

"저기, 나, 나도."

당신의 옆자리에 앉은 그라하는 쭈뼛거리다 말한다.

"다음 현지 활동에는 같이 갈 수 있게 해 줘!"

그러자 벌써 자리 선점이 시작된 거냐며 일제히 각자가 당신과 함께 가야 하는 이유를 대기 시작한다. 당신은 가운데에서 곤란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한다.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알피노가 그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다 문득 눈을 돌려 맑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달을 향해 희망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화면이 서서히 암전된다.




이번에는 유적 깊숙한 곳에 홀로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이 비춰진다. 치열한 싸움을 치른 뒤인지 당신의 몸은 온통 피와 상처투성이. 당신은 마침내 성석을 손에 쥔다. 이제껏 본 적 없는 힘이 당신을 에워싸고, 당신은 결의에 찬 듯 눈을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