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나오겠어
싶었던 솔 네오 비젼 유닛과 영영 만들어질 일 없을 것만 같았던 솔 CG LB의 전격 출시를 기념하며, 스토리 이벤트 낙조(Afterglow) 녹화분을 재감상하게 되었다.
이 이벤트를 했던 게 약 9개월 전이었으니 그동안 까먹기도 했고 동인뇌가 날조한 기억도 있어서 보면서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내용들을 메모하가로 했다. 하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이렇게 예전 블로그까지 부활시키게 되었다.
이하 전부 이벤트 내용 스포일러, 메인 스토리는 1부까지의 내용 포함.
1. 헬리악, 솔에 대해서
헬리악 이 호구 녀석!
헬리악은 원래 유라이샤 박사 밑에서 연구 중이던 마도과학자. 알도르로부터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불로불사술을 받은 몸이었다. 헤스의 민족인 덕택에 마력이 센 것으로 워낙 유명해서 군의 부름을 받았던 적도 있다.
천성이 누굴 때리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전투 상황에서 마법을 쓸 때에도 저항감이 있었다고 한다. 헬리악 유닛의 트마 보상인 서클렛도 마력을 제어하기 위한 도구였다고.
헬리악 시절에는 맑고 투명하고 깨끗한 얼음 마법만, 그것도 사람 대상으로 할 때는 방어계 위주로만 썼다. (이러한 헬리악의 마법 이펙트와 마법 지팡이는 놀랍게도 네오 비젼 솔 유닛에서 똑같이 재현되었다! 악 어떻게 이럴 수가!) 그러다 마도 심장 이식 직후, 원래 성격의 헬리악이라면 상상도 못할 공격이나 협박을 다른 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하면서부터 어둠빛을 띠기 시작한다.
이후 마도 심장 속 크리스탈의 영향으로 헬리악은 본래의 성격과 감정과 기억을 점차 잃어 가면서, 그 사실을 자각한다. 스스로가 다른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헬리악으로서의 자신이 완전히 죽어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의 마음으로 죽음을 준비하며 페르티라랑 마지막 인사도 나누고 후임을 위해 이름도 지어 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보니 헬리악이 솔이 된 것은 아니다. 헬리악이 떠난 자리에 솔이 왔을 뿐.
2. 마도 심장
헬리악과 페르티라가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인공 장기, 마도 심장을 연구하고 있었다. 크리스탈을 에너지원으로 하며 인간 몸에 이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 그러나 작동이 제멋대로 되었다가 말았다가 하는 불안정한 상태여서 헬리악은 실제로 인간 몸에 넣기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헬리악의 연구 동기인 이클립사가 마도 심장에 관해 물어볼 게 있다며 헬리악을 찾아왔다. 이클립사는 연구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로 성공하고 인정받고 싶다는 야욕이 큰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마도 심장을 무한 동력 장치에 써먹으려고 했으나, 성능이 들쭉날쭉이라는 것을 알게 돠자 그 대신 불로불사술 받은 헬리악의 심장을 빼다가 넣었다.
그렇다고 헬리악을 바로 죽이긴 또 그랬는지 마도 심장을 대신 넣어 놨다. 헬리악의 심장에 갑자기 이상이 생겨 급하게 마도 심장이라도 이식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 헬리악은 자기 심장이 동력 장치에 들어갔다는 것을 금방 눈치챈다. 어차피 이클립사의 계획대로라면 이 마도 심장은 껐다켰다가 제멋대로인 불량품이니까 얼마 못 가 헬리악이 죽었어야 했다.
헬리악 또한 처음에는 마도 심장이 곧 꺼지면 자신은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 시간이 한참 지나도 마도 심장에서 성능상의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고, 그때서야 심장의 작동 원리를 깨닫게 되었다.
마도 심장은 헬리악 몸에 들어가기 전에도 늘 헬리악 생명력을 빨아먹고 있었다. 그래서 헬리악이 심장 근처에 없는 날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았다. 인간의 마음을 빨아먹고 유닛을 만들어내는 비젼과 같은 원리로, 크리스탈이 헬리악의 무한 연속 생명력을 계속해서 빨아먹으며 심장을 작동시키는 것.
크리스탈이 잘 흡수하는 것이 아무래도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 기억 같은 것들이기 때문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헬리악은 점차 감정을 잃어 가고 헬리악으로서의 자아도 사그라들어 간다.
3. 바브일의 심장
1부에 나왔던 비공정 인빈서블의 무한동력원. 1부 시점에서는 마치 바브일이란 이름의 헤스 현자가 전쟁 도중 알도르 측에게 도륙당하고 심장만 뽑혀 영원히 고통받게 된 것처럼 생각되었는데...
원래 바브일이란 이클립사가 소속되어 있던 알도르 엘리트 연구 집단의 명칭이었고, 여기서 동력 장치 이름 또한 그대로 따온 듯하다.
이클립사가 장치에 헬리악의 심장을 넣음으로써 완성되었다. 불로불사술을 받은 몸의 심장인 덕택에, 실제로 무한 동력을 발휘했다.
마도 심장이 이식된 헬리악은 이클립사를 무찌르고 자신의 원래 심장이 든 바브일을 챙겨 왔다. 그러나 안에 든 심장을 도로 꺼내지는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후 유라이샤가 결성한 헤스 조직에 들어가게 되면서 바브일 또한 같이 가져갔는데, 특별히 어떻게 할 방법은 찾지 못한 것인지 합의 하에 결국 비공정 동력으로 쓰기로 했다.
사실 헤스의 8현자 멤버 중 바브일의 심장도 헬리악에서 나온 거고 솔도 헬리악에서 나온 셈이 된다. 하지만 기술로 만들어졌을 뿐인 동력 장치에 현자라는 칭호가 붙어 있음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바브일 쪽이야말로 곧 헬리악이고, 솔은 솔이라고. 결국 둘은 별개의 현자인 것으로 보았다는 것.
4. 유 박사님
이전부터 알도르 내에서 헤스 민족에 대한 탄압은 팽배했던 모양이지만, 유라이샤도 헬리악도 헤스인인 동시에 일단은 알도르 소속 연구원으로 대우를 받았다.
그런데 마도 심장 연구 실패 일련의 사건 이후 알도르가 작정하고 유라이샤와 헬리악, 무한동력장치 바브일을 수배하기 시작. 유라이샤가 알도르에 대항해 헤스 조직을 결성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이 때였다.
유라이샤는 먼 곳으로 도망가 숨어지내던 헬리악과 페르티리를 먼저 찾아가, 상황이 이러하니 헬리악에게 자신이 보호해 주겠다고 선언. 헬리악에게 호신용으로 전투를 위한 마력 제어법을 직접 가르쳐 주기까지 한다. 군 소속 시절에도 전투 마법은 안 부리고 살았는데 처음 전투를 본격적으로 가르쳐 준 사람이 유라이샤란 건가 싶다.
5. 의의와 추측
여기서부터는 완전히 내 추측을 바탕으로 한 감상이다. 당시에 보고 나서도 신기했던 건 이야 설정 충돌/구멍 여러 개를 이렇게 한 번에 메꿨네! 였다.
1부 레겐 : 솔은 헤스 중에서도 자애로운 인물이었다고 들었다. 사람들을 위해 크리스탈 연구도 하고...
2부 솔 : 유라이샤가 말하길 나는 날 때부터 감정이 없었다고 한다
메인스토리에서 언급된 1부와 2부 솔 캐릭터에는 이런 간극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둘 다 틀린 말이 아니게 되었다. 헤스 측에서야 헬리악과 솔은 별개의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테지만, 알도르 측에서 보기에는 그냥 동일 인물이니 레겐이 헬리악을 솔의 과거라고 알고 있었을 법 하다 충분히.
그리고 1부 헤스 현자들이랑 한참 싸우던 즈음에는 솔이 봉인된 동안 크리스탈 부작용으로 인정을 잃고 만 것이라고 짐작이 됐는데, 어쨌든 헬리악이 사라지고 솔이 나타나게 된 것 또한 크리스탈의 부작용이었던 것도 맞다.
바브일의 심장이 왜 심장 상태로 봉인당했는지가 낱낱이 밝혀졌다. 바브일이라는 인물이 따로 존재했던 것이 아니었다. 헤스의 8현자 8명이 한날한시 한 자리에 모이는 상황 같은 것도 실제로는 없었고, 베리어스들이랑 8대8 구도로 싸웠던 게 아니었다.
또 이건 직접적으로 그렇다고 나온 바는 아니지만 크리스탈에 봉인된 헤스 현자들이 왜 부작용을 겪게 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크리스탈이 얼마나 우리 현자들의 기억과 감정과 소망을 빨아갔으면!
처음부터 이런 설정이었던 건지, 아니면 2부 이후 1부와의 설정 차이를 메꾸기 위해 잘 짜맞춘 스토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덕분에 좋은 이벤트임에는 틀림 없다.
6. 기타
페르티라는 솔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면서 태양이라는 뜻임을 언급한다. 이 이벤트 제목은 낙조다…. 해가 졌대….
헬리악은 자신은 완력은 없고 마력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도 그래 보임) 어쩌다가 솔은 그렇게 근육쟁이가 된 것일까! 늘 떠다녀서 근육을 쓸 일도 없어 보이는데! 넘치는 마법의 힘일까?! 크리스탈의 힘?!
나는 그 헬리악이 자신을 잃어 가는 과정의 중간 상태를 굳이 솔리악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 때의 옷차림과 생김새가 하필 내 취향이라서…. 하지만 유닛이 나올 일은 없겠지 나와도 왠지 볼 때마다 마음 아파져서 굴리진 못할 듯.
솔의 머리색은 보스 버전 도트에서는 아리송하긴 하지만 대충 흑발처럼 보였고, 유닛 도트나 기존 전신 일러스트에서는 백발로 그려져 있었다. 헬리악 머리색이 청흑발이니 솔까지 그대로 흑발일 수도 있고, 피부 색 눈 색이 아예 완전히 바뀌었으니 머리색도 바뀌었을 수도 있겠다! 까지 생각했는데 이번에 나온 네오 비전 일러스트나 모델링에서는 머리카락을 꽁꽁 싸매버려서 알 길이 없어졌다.
페르티라, 내가 그 때 솔 뽑겠답시고 무진장 많이 돌렸다가 왕창 나오는 바람에 덕분에 트마 공격력 40% 어빌을 챙길 수 있었다.
아직 내가 네오 비전이 어떤 건지 하나도 모르고, 그래서 네오 비전 솔 유닛이 어떤 설정인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기대가 된다. CG 리밋 대사는 어떻게 되려나. 스킬 이름 하나하나까지 다 파헤치면서 볼 거임.
글섭도 지나간 스토리 이벤트들 좀 다시 풀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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